이 포스트는 제가 나중에 다시 읽으려고 담아둔 것입니다.
지식인의 서재 중에는 정말 연륜과 지력이 뛰어나신 분들도 많지만
제가 감당하고 부러워할 대상으로는 김제동씨가 가깝다고 여겨지네요. 

은근 땡기시면 뭐... 엿보셔도 상관은 않겠습니다.



지식인의 서재 - 방송인 김제동 편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명사들의 서재를 매달 찾아가고 있습니다. 2010년 새해를 여는 이번 달에는 진정성 묻어나는 말 한마디로 사람을 웃게도 하고 울게도 만드는 방송인 김제동씨의 서재를 찾아갔습니다. 그의 서재에서 다 담지 못한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검은 점퍼의 비밀

 

김제동씨는 요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 때문에 매우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가 그의 서재 문을 두드렸을 때 흔쾌히 맞아 주었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장기간 비워두었던 탓에 집은 한기로 썰렁하고 추웠는데요. 김제동씨가 검은 점퍼를 입고 촬영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그가 털털하고 또 진솔하게 꺼내 놓은 책 이야기에 많은 네티즌이 공감하고 격려하셨는데요. 덕분에 그 온기로 따뜻해졌을 김제동씨의 서재가 그려집니다. 검은 점퍼 벗을 수 있게 말이죠. ^^

 


 김제동씨가 제일 먼저 내민 책

 

"이 책 소개하면 어떨까요? 이상한가요? 저는 도움 많이 받고 있는데…” 김제동씨가 가장 먼저 내민 것은 국과 찌개 끓이는 법이 담긴 요리책이었습니다.

 










<'지식인의 서재'가 만난 방송인 김제동>

 

 

페이지별로 색인을 붙여놓고 하나씩 시도해보고 있다네요. 그리고 <북어국>이 아니라 <북엇국>이 맞는 표현이란 것도 덤으로 배우게 됐다고 합니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바른말 사용자 1위를 차지한 방송인답습니다.

 

<서재에서 김제동씨가 가장 먼저 뽑아 든 요리책. 꼼꼼하게 색인을 붙여 놓고 요리법을 익히는 중


요즘은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는 책 읽는 것을 좋은 친구 만나는 것에 비유합니다.


“최근에는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읽었고요. 이렇게 작가를 한 분 접하게 되면 그분의 책들을 한번 쭉 읽어봅니다. 이렇게 한 쪽만 읽다 보면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는데, 뭐 사실 친구도 어떤 친구랑만 1년 만나다가, 또 다음해에는 그 친구와는 뜸해지고 다른 친구랑 만나게 되고 그러는 경우 많잖아요? 저는 그런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신영복 선생님을 만나고 있지만, 다음엔 정 반대의 분을 만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작가를 원하는 때에 불러내서 한번 깊이 있게 알아보는 것, 이게 독자가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요.

 

 

 많은 어록을 만들어 낸 그가 책 읽는 법

 

김제동씨는 툭툭 뱉는 짧은 말인데 가슴에 남아 나중에라도 찾아 보고 싶게끔 만드는 말을 많이 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김제동 어록’이라는 단어가 오픈사전에 올라있을 정도니까요. 멋진 말들에 밑줄을 긋고 메모하면서 책을 읽을 것 같은 데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합니다.


“저는 메모하면서 읽는 유형은 아닙니다. 쭉~ 읽는 스타일입니다. 왜냐하면 책은 어떤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책은 이미 활자화가 되어 있지만 사실은 작가가 말을 하는 것이잖아요. 책 구절을 일부러 기억한다기 보다는, 활자가 쓱 일어나서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구절이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중)’ 라든지…

그리고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쓴 글이 저는 되게 좋았는데요. 어떤 사람은 섬찟하다고도 하더라고요. 한양에서 먼저 아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쓴 글이래요. 조금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지만... ‘다음 세상에는 월화 노인에게 부탁해서 당신과 내가 바뀌어 태어나게 해서, 내가 한양에서 먼저 죽고 당신이 이 천리 타향 유배지에서 살게 해서, 그리고 내가 죽은 소식을 당신이 듣게 해서, 내 이 피 끓는 슬픔을 반드시 당신이 느끼게 해주리라.’

 

먼저 죽은 아내에게, ‘아이고 여보 왜 먼저 죽었어요’ 라는 하는 것보다 저는 이 글이 훨씬 슬펐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아내 없이 살아야 하는 자신의 심정을 다음 생에 꼭 겪게 하리라고 했을까요. 이런 사랑을 하신 것도 부럽지만, 그 마음을 전하는 표현력을 가지고 계신 것이 또 부러운 것이지요.

 

 

김제동씨는 우리 모두 마음 속에 동일하게 느끼는 감정이 있지만, 그것을 공감할 수 있는 글로 형상화 시켜주는 작가들에게 고맙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부럽다고도 했습니다. 좋은 친구를 만나면 다른 친구에게도 소개시켜 주고 싶은 것처럼, 그는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구절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즐겁다고 합니다.

 

<김제동씨가 재미있게 보고 있는 책 '맑은 샘 아이들'>

 

 

 책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갑니다

 

많은 분들이 김제동씨의 서재에 다녀가셨습니다. 그 동안 우리에게 들려준 말, 그리고 생각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책들이 한 가득 꽂힌 서재를 보며 짐작할 수 있겠더라는 분도 있었고요. 김제동씨처럼 작가의 육성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으면 내용이 더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 느낌을 얻고 싶어 서점으로 달려갔다는 분도 계셨고요.

 

김제동씨는 서재를 ‘사람을 만나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날씨가 혹독하지만 ‘그의 서재’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만남'으로 온기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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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