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정릉의 빈 집.
내가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았던 집이랑 무척 닮았다.
어쩌면 내 이웃이었던 어느 집인지도, 바로 옆집인지도 모른다.
그 시절 정릉동 골목엔 크기만 조금 다른 그렇고 그렇게 생긴 개량한옥들이 빼곡했고
내 유년기의 흐릿한 기억 대부분은 그 골목에, 공터에, 뒷산에 묻혀있다.
잠들기 싫어서 아무 생각 없이 펼친 영화가 건축학개론.
이 영화 감독은 내 중고등학교 동창.
정릉을 떠난 이후 살던 동네에서 서로 존재만 알았던 안친한 또래 친구.
그 녀석도 건축학과 나도 건축학과.
영화의 배경은 내가 살던, 또 자라서 건축을 배우러 돌아갔던 그 동네.
나처럼 어리바리한 쑥맥 신입생 머스마가 병신꼴값을 하는 1학년.
기타등등 내 기억을 버무려놓은듯한 착각을 주는 이 영화를
난 제대로 보지 않은 것같다.
보긴 봤는데... 뭘 봤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다시 하드에 쟁여뒀었지.
밤이라서 그냥 주절거리는 거 맞다.
잠들기 싫고 속이 고프고 쓸쓸한 밤이라서.
재회는 아름다와 보이고 설레는 일이지만
말라 바스라질 나뭇잎처럼 불안불안한 기대일뿐이다.
영화같지는 않을거야.
'생각하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종신의 '그래도 크리스마스' 소고 (0) | 2016.12.20 |
---|---|
나를 닮은 타인을 마주하는 기분은 어떤 걸까? (0) | 2015.10.16 |
누군가의 직선에 대해 묻다. (0) | 2010.06.01 |
[펌] 지식인의 서재 - 방송인 김제동 (0) | 2010.05.28 |
ideal or good leader (0) | 2008.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