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2014. 3. 29. 03:19 from 생각하고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정릉의 빈 집.

내가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았던 집이랑 무척 닮았다.

어쩌면 내 이웃이었던 어느 집인지도, 바로 옆집인지도 모른다.

그 시절 정릉동 골목엔 크기만 조금 다른 그렇고 그렇게 생긴 개량한옥들이 빼곡했고

내 유년기의 흐릿한 기억 대부분은 그 골목에, 공터에, 뒷산에 묻혀있다.


잠들기 싫어서 아무 생각 없이 펼친 영화가 건축학개론.

이 영화 감독은 내 중고등학교 동창.

정릉을 떠난 이후 살던 동네에서 서로 존재만 알았던 안친한 또래 친구.

그 녀석도 건축학과 나도 건축학과.

영화의 배경은 내가 살던, 또 자라서 건축을 배우러 돌아갔던 그 동네.

나처럼 어리바리한 쑥맥 신입생 머스마가 병신꼴값을 하는 1학년.

기타등등 내 기억을 버무려놓은듯한 착각을 주는 이 영화를 

난 제대로 보지 않은 것같다.

보긴 봤는데... 뭘 봤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다시 하드에 쟁여뒀었지.


밤이라서 그냥 주절거리는 거 맞다.

잠들기 싫고 속이 고프고 쓸쓸한 밤이라서.



재회는 아름다와 보이고 설레는 일이지만 

말라 바스라질 나뭇잎처럼 불안불안한 기대일뿐이다.

영화같지는 않을거야.




Posted by jE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