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10.27 아날로그 최규석
  2. 2015.10.24 jtbc의 '송곳'... 방영도 하기 전에 섣부른 캐스팅 유감 117



만화가가 그림 못 그리는 게 별 흠이 아니고 그림 못 그리는 만화가가 그림 잘 그려보려고 별 노력도 안하는 세상이 된 마당에 

데뷔부터 그림도 스토리도 현실감도 최고 수준을 보였고 계속 상승 중인 최규석의 현재진행형 송곳의 한 컷.

거칠과 힘찬 연필선을 살려서 작업한 송곳이라 볼 때마다 강하게 자극을 받는데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구고신의 얼굴을 포토샵으로 반전시키지 않고 직접 그렸다는 것에 내가 감동...(을 해야한다는 게 씁쓸하기도 하지만 )

이런 작가의 존재는 고맙다.

Posted by jEdo :

jtbc에서 드라마로 만들고있는 최규석의 '송곳'에 관한 기사를 페북에서 공유하면서 코멘트를 달다가 글이 길어져서 여기로 자리를 옮겼는데 제목을 달고 보니 또 <...유감>이다.

내가 이렇게 삐딱한 사람이다. 어쩌겠나.

공유하려던 기사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별 상관 없어서 언급하지 않겠다.






내가 최근 가장 재미나게 보고있는 최규석의 만화 '송곳'을 드라마화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무척 기뻤고 그 놀라운 일을 벌이는 게 jtbc라서 미더웠다.

모기업이 노조 없는 재벌 삼성과 무관할 수 없는 jtbc가 무슨 수로 대 재벌 노조 투쟁에 관한 송곳을 드라마로 잘 만들어내겠나 하는 생각을 안한 건 아니지만 최근 jtbc의 다른 드라마들을 보면 이게 안될 이유도 딱히 없다. 게다가 손석희 사장의 jtbc 보도국을 보면 jtbc보다 이걸 잘 해낼 다른 방송사가 있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이 기대는 얼마지 않아 무참하게 짓밟히게 되는데...

캐스팅이... 


티비 드라마를 그닥 즐기지 않지만 늘 하나 쯤은 보고있는데 그 하나를 고르는 기준이 대부분 중요 배역 캐스팅이다. 

영화는 중요 배역의 배우들 외에도 감독이나 제작사가 선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지만 한국 티비 드라마의 경우는... 그냥 경험상 어느 배우를 기용하느냐 하나로 연출자의 안목과 실력의 상당한 분량을 가늠할 수 있고 그게 거의 맞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꽤 많은) 주연급 배우들은 나에게는 십 년도 넘게 활동은 쉬고있는 상태로 기억되고 그런다.


송곳이 드라마로 거듭날 수 있게 만든 건 누구든 tvN의 미생 드라마화 초대박성공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게 옳다.

그런데 드라마 송곳의 캐스팅은 미생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통과한 캐스팅에 관한 어떤 과정을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싶다.

 

미생은 특이하게  티비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한참 전 웹에 공개됐던 짧은 프리퀄 드라마가 있었다. 

마치 미생이라는 거대한 고래 한 마리를 잡아놓고 이걸 어떻게 요리해야 좋을까 고민하다가 꼬랑지 부근 살을 조금 떼서 몇 가지 요리를 만들어보는 듯한 '간보기' 의도가 다분했던 프리퀄...

그 프리퀄에서 오상식을 연기한 조희봉은 말 그대로 만화를 찢고 나온듯 만화 속 오상식과 흡사하게 생겼고 만화 속 오상식처럼 꾸미고 예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만화 속 오상식을 복제해내 내가 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그 외의 배우들도 외모가 만화의 인물들과 매우 닮아있었지만 정작 본편이 만들어질 땐 장그래 역의 임시완 외의 모든 배우가 새로 선발됐고 그 중 누구나 신의 한 수로 꼽는 게 바로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이성민. 

드라마 미생을 살린 선봉장이었던 이성민의 오상식은 사실 만화보다 캐릭터가 많이 강하고 외모는 매우아주많이몹시 다르다. 하지만 만화의 오상식을 다 품고도 넘쳐날만큼의 압도적 존재감으로 '오차장'의 자리에 필요한 인물을 만들어냈다. 그러기 위해 감독은 닮은 조희봉보다는 안 닮은 이성민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외 극을 빛냈던 강하늘, 강소라, 변요한, 김대명... 외모가 닮아서 선택된 게 분명히 아닌 이 배우들은 만화 속의 평면적으로 비춰진 인물들에 각자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 대성공을 했다. 

이건 배우 각자의 몫이고 능력치다. 이 능력치와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걸 끌어내는 게 감독의 할 일이고...


 

이 두 이미지는 미생 프리퀄이 발표될 때 공개된 캐릭터 비교 이미지이다. 

만화 속 인물들과 닮은 배우들이 만화의 인물들을 잘 복제해냈다고 자랑할 심산으로 만화 컷을 따라 촬영된 사진들... 

프리퀄은 만화에 담기지 않은 앞 부분의 스토리였지만 감독이 만들어내고자 한 건 만화의 복제판 드라마였다.

아마도 복제만 잘해도 다행이라고 손도 대기 전부터 쫄아있던 건 아닌지...



만화 최강대국 일본은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오래 전부터 매우 잘 해왔다.

만화책이 잘 팔리면 티비 애니메이션을 거쳐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가고, 성인 대상의 컨텐츠는 티비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잘 나가면 극장판 영화가 시리즈물로 만들어지기까지 한다. 

당신도 어쩌면 나처럼 그런 나라에서 초대박 베스트셀러였던 만화 <20세기 소년>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받은 상실감과 배신감을 아직 잊지 못하는 <20세기 소년>의 친구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영화판 <20세기 소년>은 만화의 모든 구성과 장면들을 매우 충실하게 화면에 옮기는데에 노력의 거의 모든 부분을 들인 모양새였고 그렇기때문에 허섭하고 극히 저렴한 영화 나부랭이로 완성되어 흥행과 비평 모두 초대형 고배를 들이켰다.
그 외에도 80년대 나왔던 <캡틴 하록>이나 <케샨>같은 걸작 SF 애니메이션들이 21세기 CG의 힘을 빌어 실사영화로 제작됐지만 주변에 그걸 봤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봤다해도 아마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고있는지도 모른다.
헐리웃의 경우는 마블과 DC코믹스가 양산해내고있는 수퍼 히어로물들은 80년 가까이 되는 역사 속에서 여러번의 부침을 겪으며 시대에 맞춰 모든 것을 갈아 엎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배웠고 여러 차례의 리부트를 통해 달라진 미디어와 독자의 연령대에 맞춰서 컨텐츠를 최적화하는 데에 뛰어난 노하우를 갖췄다. 그런 헐리웃산 수퍼 히어로 영화 시스템 속에서도 몇 편은 모두가 기억에서 지우고싶어하는 흑역사로 남아있을만큼 만화를 사람들의 연기로 옮기는 건 컨텐츠를 뼈대만 남기고 다 바꾸면서도 뼈대에는 손상을 입혀서는 안되는 크고 예민한 작업이다.

송곳의 캐스팅 얘기로 돌아오자.

내가 드라마 송곳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는 무척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송곳은 이수인과 구고신이라는 두 인물을 기관차의 축 삼아 달러가는 열차같은 만화다. 드라마 제작진도 같은 생각을 가졌는지 제작 발표 이후 이 두 인물의 캐스팅 소식을 뿌리는 데에 치중했고 '우리 주연배우들이 원작의 그 사람들과 이렇게나 닮았어요. 후훗' 하는  아래의 포스터를 만들어냈다. 미생 프리퀄의 전철을 밟았는데 아차! 이건 본편이다. 미생 프리퀄처럼 간보기 용도가 될 수 없으니 첫 술에 맛 없으면 뱉어 버려질 운명이 돼버렸다.


배경에 깔린 만화 '송곳'에 대한 사전지식을 지우고 이 사진을 보면 케이블티비에서 만들만한 

닳고 닳은 강력계 형사와 애송이 검사의 분투기쯤으로 보인다.



만화 송곳의 이수인은 지현우처럼 생글생글 웃음 머금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남자이고 지현우처럼 위압감을 줄만큼의 장신도 아니다. 

냉소적으로 무표정하고 혼란스럽지만 차분하게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눈빛과 군복이나 정장처럼 각진 옷이 잘 어울리는 크지 않고 날씬한 체형이어야 군대에서나 푸르미마트 노동자 무리 속에서나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 '말 잘듣게 생겨서 본의 아니게 뒤통수를 치는 반골' 이수인의 겉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이수인보다 더 큰일이다 싶은 평생 노동운동판에서 살아온 '데모판의 전사' 구고신은 곧고 날카로운 성격에 무서울만큼의 강함과 쩐내 나는 외로움을 잊고 쾌활함으로 덮으려고 애쓰며 사는 인물이지만 안내상은 이 구고신을 연기하기에는 그가 품은 이미지가 너무 비열하고 얕고 경박하다. 대학시절의 운동권 경력과 부산 미문화원 점거로 구속됐던 전력이 캐스팅에 한 몫을 했는지도 모르지만 그 과거마저도 어찌 보면 그런 그의 경솔한 이미지와 맞닿아 보인다.


생김새가 그럴듯하게 닮은 두 배우가 이수인과 구고신의 표정을 흉내내고있지만 내 눈엔 둘 다 조금도 이수인과 구고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기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려낸 그들의 이수인과 구고신을 만들어냈을 거란 기대도 생기지 않는다. 이들이 애써 흉내내고있는 표정을 보면 그냥 아... 망쳤구나... 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밀려올 뿐. 


얼굴이 닮았다고 이미지도 닮는 건 아니잖아.

눈빛과 표정은 속 깊은 데서 스며 나오는 거라고.


어느 전쟁보다 살벌한 싸움이 벌어지는 이 드라마의 쌍검과도 같은 이수인과 구고신의 기운이 이들에게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아마도 난 이 드라마 안 보게될 것같다만... 확인은 해야하니 첫 두 편... 아니, 구고신이 등장할 때까지는 봐야겠다. 아마 구고신의 첫 장면을 보면 더 볼지 접을지 알게 되겠지.



끝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고신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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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