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끄적이다가 글이 조금 길어졌길래 그대로 옮긴다.

하지만 #길어봐야페북.







2016 아카데미 작품상에서 경합을 벌인 두 작품 중 하나. 
작품상을 수상한 'Spotlight'를 며칠 전에 보고 작품상 선정에 대해 좀 의아했으나 'The Big Short'를 보고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둘 다 미국 내에서 일어나 '권력집단에 의한 국민들을 향한 조직적이고 더러운 어마어마한 규모의 범죄'에 대해 다뤘지만 두 사건의 충격과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감을 비교한다면... 차마 이 영화의 손을 들어 줄 용기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심사한다면 The Big Short의 압승.
시나리오, 연출, 연기, 음악 그리고 소재의 무게와 그것을 다루는 대담함까지 어느 한 대목도 소심했던 Spotlight가 이기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주는 충격을 실제로 그 일들을 현실로 겪은 사람들이 겪은 충격의 매우 적은 부분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생각까지 여운으로 남겨준 연출이 무척 마음에 들지만... 밉다..


금융위기.
경제위기.
우리에게도 참 익숙한 단어들 아니던다..
그러므로 이 영화
꼭 보기 바란다.

경제용어가 어려워서 망설이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중간중간 친절한 해설도 재치 있게 배치했으니 긴장할 필요도 없다.

더불어 2011년 개봉했으나 봤다는 사람은 매우 적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기 전 24시간동안 내부에서 있던 일을 다룬 영화 'Margin Call'도 보길.


국내에선 왜인지 The Big Short가 금융위기를 먼저 눈치 채고 역이용해서 큰 돈을 번 사람들의 성공담인 것처럼 홍보가 됐던데... 왜 그랬지? 

헐리웃 제작사에서부터 그렇게 홍보해서 관객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려고 한 걸까? 
아니면 사실대로 무서운 영화라고 밝히면 아무도 안 볼 것같아서...?

이 중에 답을 찾으라면 후자가 될 것같군.



+1. 읽어볼만한 관련기사. 
제목엔 '빅소트를 즐기기 전에'라고 말하지만 즐길만한 영화가 아니다. 
기사 중 ' 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공포스러운 영화를 탄생시켰다'는 구절이 이 영화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유일한 대목인지도 모른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6/01/14/story_n_8952430.html


+2. Steve Carell은 Fox Catcher 이후로 더 이상 코미디언이 아니다.


+3. 말미에 자막으로 붙은 ‘모두가 내심 세상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는 하루키의 소설 1Q84의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라는데... 엊그제 읽기 시작한 책... 우연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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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do :

스틸하트라니...
쉬즈곤이라니...

쉬즈곤 - 이 노래 제목은 한글로 쓰는 게 더 옳아 보일 정도로 한국에서만 롱런하는 느낌이 강하달까 - 을 아는 한국인 중에 
스틸하트의 다른 곡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쉬즈곤이 몇년도 즈음에 발표된 노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또 이 노래를 부른 밴드 이름이 스틸하트라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되며, 
그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고음 터지는 보컬 이름이 밀렌코 마티예빅이란 걸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나도 몰랐음. 지금 위키에서 보고 한글로 옮겨 적었는데 저 발음이 맞는지도 모름)

내 기억엔 자랑할 거라곤 시원한 고음을 질러대던 목청 뿐일 것같고 그 기억마저 가물가물한 늙은 가수를 데려다가 
전성기 시절 노래를 시간관계상 짧게 편집해서 두 키쯤 낮춘 채로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모습을 꼭 봐야 행복한 걸까...?


존박아. 네가 나설 때다.

이 짤이 나서야할 때인가...



저 사람은 그렇게라도 활동하고 싶은 걸까...? 하는 데까지 탐탁지 않은 마음이 부풀어 올라서 슬쩍 검색을 했더니
스틸하트 활동기간이 1990-1992, 1996, 그리고 20년 훌쩍 건너뛰어서 2006-현재.. ㄷㄷㄷ

심지어 작년 펜타포트 록페에도 와서 복면가왕에서 한 거처럼 그렇게 했드랬었어...
그거 말고도 최근 몇년간 한국 방송에도 출연하고 드라마 OST도 하고 무려 '활발한 활동'이란 걸 한대... - 내가 티비를 안 봐서 몰랐던 건가봐.. 

그니까 밴드는 해체한지 20년이 됐는데 한국에서 추억 팔아 보자고 오라고 하니까 부랴부랴 밴드 다시 모아볼려고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서 새 멤버...
90년대에도 그 몇년 동안 멤버 줄창 바뀐 역사를 보니 뭐 새삼스럽진 않겠네...

한국을 제2의 고향 - 은 윤수일 노래잖아 - 이라고 부른다고 방송 자막에 나왔지만 그게 정말 한 말인지 방송국 놈들이 지어낸 말인지는 알 바 없지 뭐...
지어냈어도 틀리진 않겠네.

90년대에도 좀 왔더라면 함께 나눌 추억이라도 있을텐데...

밀렌코 아저씨... 그렇게 말년의 돈줄로 한국을 잡으신 건가봐... -_-;;;

이렇게 해서 결론은 이제 벽안의 한국가수...


80년대에 그렇게 인기 절정이던 스콜피언즈가 활동도 안하시다가 환갑 훌쩍 넘겨서 갑자기 한국 와서 키 낮춘 노래들 힘겹게 부르는 꼴을 보여 주시어 
나의 기억에 스콜피언즈는 그런 밴드로 각인되게 해 주시었던 일이 새삼 떠오르네.

늙어서 뫼시면 몸값이 좀 싸서 그러는 걸까?

좋아하던 밴드도 음악도 아니지만...
괜히 봤어...


보컬 탱탱하던 오리지널로 씻어내자.



복면가왕 쉬즈곤 클립을 보다가 끄고 페북에 끄적인 글을 옮겨다 손 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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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do :

귀향을 볼까 하다가 용기가 나지 않아서 동주를 보았습니다. 

결 곱게 그린 두 젊은이의 삶과 죽음 앞에서 눈물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 젊은이들의 고초가 이상하게 익숙해서, 

그들을 윽박지르는 일본인의 말들이 하나도 낯설지 않아서 당황스러웠고 

그렇게 익숙하고 가까운 아픔들이 여전한 땅에 살면서도 

그 중 어느것 한 토막 내것이 아니라서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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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do :



꽤 오래 묵혀두다가 티비에서 이동진이랑 류승완이 잠시 언급하는 거 본 김에 고른 영화 쫌 보는 김아저씨네 침실극장 병신년 첫 상영작 'Foxcatcher'.


김아저씨가 웬 일로 포스터에 보이는 배우 셋과 '레슬링이라는 키워드 외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영화를 봤다. 

감독이 누군지 들춰 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주연이 Steve Carell이라 해서 코미디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을만큼 궁금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신뢰 강한 추천을 몇 번 받기도 했고, 류승완이 이 제목을 꺼내는 순간 이동진이 감탄하는 걸 보았으니 망설일 이유가 사라졌다고 봐도 된다. 


두 시간이 살짝 넘는 시간동안 수면이 너무 잔잔한데 불안한 바다, 깊은 곳에서는 지진이라도 일어나고 있는 바다를 쪽배를 타고 혼자 건넌 기분이랄까... 

뭐라 평하기 힘든 비극이고 그게 실화라서 더 무겁다.

영화의 내용과 인물들에 관한 정보는 검색만 해도 숱하게 쏟아져나오니 다 늦게 본 입장에선 다룰 이유가 전혀 없어서 고맙다. ㅎㅎ

참고 삼아, 이동진의 라이브 톡에 참석했던 블로거가 이동진의 영화 해설을 정성껏 옮긴 글이 있어서 링크를 단다.


이동진의 라이브 톡: 폭스캐쳐(Foxcatcher) - 베넷 밀러의 세번째 실화 영화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던 감독, Bennett Miller의 전작들이 무려 Capote, Moneyball! 

Phillip Seymour Hoffman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Capote는 그의 영화로, Moneyball은 극작가 Aaron Sorkin의 영화로만 기억하고있던 게 미안해지는 발견이다. (Moneyball에도 Hoffman이 출연한 게 어쩌면 감독 덕일 수도 있겠다)

그는 이 영화로 칸느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에 대한 더 자세한 얘기도 위의 링크에서...)


그리고 주연인 Steve Carell. 이 영화에 가장 큰 비중과 시간으로 출연하지만 끝날 때까지 그를 발견할 수 없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호연을 보였지만 Channing Tatum은 말할 것도 없고 Mark Ruffalo조차 가려져버리는 강렬한 연기와 캐릭터 뒤에 배우가 숨어 버려 끝끝내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Bruce Almighty에서 짧고 강한 임팩트를 준 후로 한 번도 놀래키지 않은 적이 없는 배우였지만 그저 가장 진지한 코미디언 중 한 명이었던 정도였는데 이 한 편으로 명배우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봐도 좋겠다.




Foxcatcher (2014)

감독: Bennett Miller

출연: Steve Carell, Mark Ruffalo, Channing Tatum, Sienna Miller(뭐야?! 그 비중 적은 배역을...! 미녀가 평범함을 연기하니 못 알아 보지!!), 



이 눈빛이 어떻게 Steve Carell...


Posted by jEdo :



만화가가 그림 못 그리는 게 별 흠이 아니고 그림 못 그리는 만화가가 그림 잘 그려보려고 별 노력도 안하는 세상이 된 마당에 

데뷔부터 그림도 스토리도 현실감도 최고 수준을 보였고 계속 상승 중인 최규석의 현재진행형 송곳의 한 컷.

거칠과 힘찬 연필선을 살려서 작업한 송곳이라 볼 때마다 강하게 자극을 받는데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구고신의 얼굴을 포토샵으로 반전시키지 않고 직접 그렸다는 것에 내가 감동...(을 해야한다는 게 씁쓸하기도 하지만 )

이런 작가의 존재는 고맙다.

Posted by jEdo :

jtbc에서 드라마로 만들고있는 최규석의 '송곳'에 관한 기사를 페북에서 공유하면서 코멘트를 달다가 글이 길어져서 여기로 자리를 옮겼는데 제목을 달고 보니 또 <...유감>이다.

내가 이렇게 삐딱한 사람이다. 어쩌겠나.

공유하려던 기사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별 상관 없어서 언급하지 않겠다.






내가 최근 가장 재미나게 보고있는 최규석의 만화 '송곳'을 드라마화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무척 기뻤고 그 놀라운 일을 벌이는 게 jtbc라서 미더웠다.

모기업이 노조 없는 재벌 삼성과 무관할 수 없는 jtbc가 무슨 수로 대 재벌 노조 투쟁에 관한 송곳을 드라마로 잘 만들어내겠나 하는 생각을 안한 건 아니지만 최근 jtbc의 다른 드라마들을 보면 이게 안될 이유도 딱히 없다. 게다가 손석희 사장의 jtbc 보도국을 보면 jtbc보다 이걸 잘 해낼 다른 방송사가 있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이 기대는 얼마지 않아 무참하게 짓밟히게 되는데...

캐스팅이... 


티비 드라마를 그닥 즐기지 않지만 늘 하나 쯤은 보고있는데 그 하나를 고르는 기준이 대부분 중요 배역 캐스팅이다. 

영화는 중요 배역의 배우들 외에도 감독이나 제작사가 선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지만 한국 티비 드라마의 경우는... 그냥 경험상 어느 배우를 기용하느냐 하나로 연출자의 안목과 실력의 상당한 분량을 가늠할 수 있고 그게 거의 맞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꽤 많은) 주연급 배우들은 나에게는 십 년도 넘게 활동은 쉬고있는 상태로 기억되고 그런다.


송곳이 드라마로 거듭날 수 있게 만든 건 누구든 tvN의 미생 드라마화 초대박성공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게 옳다.

그런데 드라마 송곳의 캐스팅은 미생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통과한 캐스팅에 관한 어떤 과정을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싶다.

 

미생은 특이하게  티비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한참 전 웹에 공개됐던 짧은 프리퀄 드라마가 있었다. 

마치 미생이라는 거대한 고래 한 마리를 잡아놓고 이걸 어떻게 요리해야 좋을까 고민하다가 꼬랑지 부근 살을 조금 떼서 몇 가지 요리를 만들어보는 듯한 '간보기' 의도가 다분했던 프리퀄...

그 프리퀄에서 오상식을 연기한 조희봉은 말 그대로 만화를 찢고 나온듯 만화 속 오상식과 흡사하게 생겼고 만화 속 오상식처럼 꾸미고 예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만화 속 오상식을 복제해내 내가 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그 외의 배우들도 외모가 만화의 인물들과 매우 닮아있었지만 정작 본편이 만들어질 땐 장그래 역의 임시완 외의 모든 배우가 새로 선발됐고 그 중 누구나 신의 한 수로 꼽는 게 바로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이성민. 

드라마 미생을 살린 선봉장이었던 이성민의 오상식은 사실 만화보다 캐릭터가 많이 강하고 외모는 매우아주많이몹시 다르다. 하지만 만화의 오상식을 다 품고도 넘쳐날만큼의 압도적 존재감으로 '오차장'의 자리에 필요한 인물을 만들어냈다. 그러기 위해 감독은 닮은 조희봉보다는 안 닮은 이성민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외 극을 빛냈던 강하늘, 강소라, 변요한, 김대명... 외모가 닮아서 선택된 게 분명히 아닌 이 배우들은 만화 속의 평면적으로 비춰진 인물들에 각자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 대성공을 했다. 

이건 배우 각자의 몫이고 능력치다. 이 능력치와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걸 끌어내는 게 감독의 할 일이고...


 

이 두 이미지는 미생 프리퀄이 발표될 때 공개된 캐릭터 비교 이미지이다. 

만화 속 인물들과 닮은 배우들이 만화의 인물들을 잘 복제해냈다고 자랑할 심산으로 만화 컷을 따라 촬영된 사진들... 

프리퀄은 만화에 담기지 않은 앞 부분의 스토리였지만 감독이 만들어내고자 한 건 만화의 복제판 드라마였다.

아마도 복제만 잘해도 다행이라고 손도 대기 전부터 쫄아있던 건 아닌지...



만화 최강대국 일본은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오래 전부터 매우 잘 해왔다.

만화책이 잘 팔리면 티비 애니메이션을 거쳐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가고, 성인 대상의 컨텐츠는 티비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잘 나가면 극장판 영화가 시리즈물로 만들어지기까지 한다. 

당신도 어쩌면 나처럼 그런 나라에서 초대박 베스트셀러였던 만화 <20세기 소년>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받은 상실감과 배신감을 아직 잊지 못하는 <20세기 소년>의 친구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영화판 <20세기 소년>은 만화의 모든 구성과 장면들을 매우 충실하게 화면에 옮기는데에 노력의 거의 모든 부분을 들인 모양새였고 그렇기때문에 허섭하고 극히 저렴한 영화 나부랭이로 완성되어 흥행과 비평 모두 초대형 고배를 들이켰다.
그 외에도 80년대 나왔던 <캡틴 하록>이나 <케샨>같은 걸작 SF 애니메이션들이 21세기 CG의 힘을 빌어 실사영화로 제작됐지만 주변에 그걸 봤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봤다해도 아마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고있는지도 모른다.
헐리웃의 경우는 마블과 DC코믹스가 양산해내고있는 수퍼 히어로물들은 80년 가까이 되는 역사 속에서 여러번의 부침을 겪으며 시대에 맞춰 모든 것을 갈아 엎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배웠고 여러 차례의 리부트를 통해 달라진 미디어와 독자의 연령대에 맞춰서 컨텐츠를 최적화하는 데에 뛰어난 노하우를 갖췄다. 그런 헐리웃산 수퍼 히어로 영화 시스템 속에서도 몇 편은 모두가 기억에서 지우고싶어하는 흑역사로 남아있을만큼 만화를 사람들의 연기로 옮기는 건 컨텐츠를 뼈대만 남기고 다 바꾸면서도 뼈대에는 손상을 입혀서는 안되는 크고 예민한 작업이다.

송곳의 캐스팅 얘기로 돌아오자.

내가 드라마 송곳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는 무척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송곳은 이수인과 구고신이라는 두 인물을 기관차의 축 삼아 달러가는 열차같은 만화다. 드라마 제작진도 같은 생각을 가졌는지 제작 발표 이후 이 두 인물의 캐스팅 소식을 뿌리는 데에 치중했고 '우리 주연배우들이 원작의 그 사람들과 이렇게나 닮았어요. 후훗' 하는  아래의 포스터를 만들어냈다. 미생 프리퀄의 전철을 밟았는데 아차! 이건 본편이다. 미생 프리퀄처럼 간보기 용도가 될 수 없으니 첫 술에 맛 없으면 뱉어 버려질 운명이 돼버렸다.


배경에 깔린 만화 '송곳'에 대한 사전지식을 지우고 이 사진을 보면 케이블티비에서 만들만한 

닳고 닳은 강력계 형사와 애송이 검사의 분투기쯤으로 보인다.



만화 송곳의 이수인은 지현우처럼 생글생글 웃음 머금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남자이고 지현우처럼 위압감을 줄만큼의 장신도 아니다. 

냉소적으로 무표정하고 혼란스럽지만 차분하게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눈빛과 군복이나 정장처럼 각진 옷이 잘 어울리는 크지 않고 날씬한 체형이어야 군대에서나 푸르미마트 노동자 무리 속에서나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 '말 잘듣게 생겨서 본의 아니게 뒤통수를 치는 반골' 이수인의 겉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이수인보다 더 큰일이다 싶은 평생 노동운동판에서 살아온 '데모판의 전사' 구고신은 곧고 날카로운 성격에 무서울만큼의 강함과 쩐내 나는 외로움을 잊고 쾌활함으로 덮으려고 애쓰며 사는 인물이지만 안내상은 이 구고신을 연기하기에는 그가 품은 이미지가 너무 비열하고 얕고 경박하다. 대학시절의 운동권 경력과 부산 미문화원 점거로 구속됐던 전력이 캐스팅에 한 몫을 했는지도 모르지만 그 과거마저도 어찌 보면 그런 그의 경솔한 이미지와 맞닿아 보인다.


생김새가 그럴듯하게 닮은 두 배우가 이수인과 구고신의 표정을 흉내내고있지만 내 눈엔 둘 다 조금도 이수인과 구고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기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려낸 그들의 이수인과 구고신을 만들어냈을 거란 기대도 생기지 않는다. 이들이 애써 흉내내고있는 표정을 보면 그냥 아... 망쳤구나... 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밀려올 뿐. 


얼굴이 닮았다고 이미지도 닮는 건 아니잖아.

눈빛과 표정은 속 깊은 데서 스며 나오는 거라고.


어느 전쟁보다 살벌한 싸움이 벌어지는 이 드라마의 쌍검과도 같은 이수인과 구고신의 기운이 이들에게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아마도 난 이 드라마 안 보게될 것같다만... 확인은 해야하니 첫 두 편... 아니, 구고신이 등장할 때까지는 봐야겠다. 아마 구고신의 첫 장면을 보면 더 볼지 접을지 알게 되겠지.



끝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고신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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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do :

존경하고 흠모해 마지 않는 리들리 스캇 감독님이 만드신 영화라 무조건 은혜로운 심정으로 관람한 <마션>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저건 왜 저랬을까 하는 불편한 생각을 놓을 수 없던 게 하나 있다. 바로 액션캠  '고프로'.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언제건 화성에 유인 왕복 우주선을 보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나사가 달착륙 사실을 의심받는 시대의 물건인 고프로를 아무 개조도 없이, 심지어 악세서리까지 그대로 다 사용해서 너무 잘 보이는 위치에 그저 장착만 했다는 점을 그냥 눈감아 줄 수가 없더라. 
우주복 어깨 너머에 달린 수트캠 역할의 배우 고프로씨는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미래적인 디자인의 수트에 일체형으로 디자인한 카메라를 떼버리고 고프로 상자에 들어있는 악세서리와 3M 양면테이프를 꺼내서 고정한 것처럼 보여 이만저만 생경스러운 게 아니다.

PPL일까? 
20세기 폭스사가 1억 달러 짜리 리들리 스캇 프로젝트에 대당 수백불 하는 휴대용 카메라 몇 대 얻자고 고프로에게 손을 내밀었을까?
기사를 검색해보면 고프로사에서는 아무 협조를 한 사실이 없단다. 그저 마션을 보는 내내 여기 저기 노출되는 자사 상품을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있을뿐이니 아무 수고 없이 1억 달러 짜리 홍보영화를 헌납 받은 셈이 됐다.

그렇다고 헬멧 좌우에 달린 커다란 고프로가 아닌 누가 봐도 카메라로 보이는 물건이 경쟁 제품인 소니 액션캠을 닮긴 했지만 그건 아니니 이 얼마나 해피한 일인가. ㅎㅎ


이 고프로 사용에 대해 한 가지 양해가 되는 지점이 있긴 하다.
영화에서 실제로 저 고프로들로 촬영된 영상이 와트니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상당히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거기엔 진짜 카메라가 달려있어야 촬영이 용이하다는 점.  
물론 수트나 로버 운전석에 어울리는 소품용 카메라를 제작하고 고프로와 바꿔 달아가며 촬영해도 아무 문제는 없고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러운 영화 제작 프로세스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웬일인지 리들리 스캇은 그런 사소한 정성을 들이지 않는 편을 택했다. 오히려 앞서 말한 것처럼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만든 일체형 카메라를 떼버리고 여기엔 고프로를 달고 촬영하겠어! 하고 고집스럽게 고프로를 손수 달아주신 것처럼 생겼으니 말이다. 
그렇게 고프로를 달았다 뗐다 하며 작업하는 게 번거롭고 싫었다면 고프로를 개조하거나 고프로가 감춰질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어울리는 케이싱을 제작할 수도 있었을텐데 리들리 스캇은 그것도 마다했다. 
심지어 헬멧캠의 위치와 크기는 지금 미군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기까지 한데 헬멧캠으로 촬영된 영상을 본 기억은 없다는 게 더 이상하기도 하다. (그런 영상이 있다면... 왜 헬멧캠은 좌우 두 개이고 어깨의 수트캠과 위치가 거의 겹치도록 달렸는가에 대해서 또 따져보고싶어진다고...)

이 두 번째 사진은 같은 감독의 작품 <프로메테우스>의 장면이다. 여기서 쓰인 어깨에 달린 수트캠의 경우를 보면 요즘 사용되는 카메라의 크기이고 그 카메라로 촬영된 듯한 영상이 영화에 다수 사용됐다. 
어쩌면 저때 사용된 카메라가 만족할만한 화면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이중작업을 하게 만들어서 감독이 이번엔 이런 결정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요즘 시각으로 봐도 전혀 수려하지 않은 고프로와 장착 악세서리가 그대로 노출된 건 어떻게 고쳐 생각해도 좋게 봐주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마션은 블록버스터 치고는 상당히 짧은 7개월간 촬영된 반면 나사의 검증을 받는 데에 1년 6개월이 걸렸다고 홍보할만큼 과학적 오류를 피하려 애쓴 작품이다. 
전반적인 프로덕션 디자인도 미래지향의 SF 영화들처럼 현재엔 없을법한 것들은 피하고 정말 우주에 가려면 저럴 것같다 싶은 디자인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고프로를 그대로 사용한 건 프로덕션 디자인의 관점에선 커다란 오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리들리 스캇 감독이 <프로메테우스 2> 제작 중이라고 다들 기대가 큰데 내 눈에 까칠함이 묻어버렸다. 

#왜그랬요리들리 #사랑해서라면용서는해드릴게

Posted by jEdo :

'체력 시험을 통과 못하는 늙은 스파이 제임스 본드'가 3년만에 다시 새 영화 Spertre로 돌아온다. 

(스펙트레... 아니다. center를 centre로 쓰는 영국 영화니까... 영어는 영국말이고)

그 Spectre의 새 예고편이 공개됐다.

아마도 본드의 주적이 될 범죄집단, 혹은 그 우두머리인 스펙터, 너는 누구냐... 가 예고편의 골자인듯하지만 영화가 이번 예고편에서 진짜로 보여주고싶은 건 이 네 사람의 얼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아니할 수가 없게 만드는 놀라운 캐스팅...



전통적으로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보는 재미 중 으뜸은 본드에게 지금되는 비밀무기와 본드 걸이었으나 미모만을 내세운 본드 걸들의 시대가 냉전과 함께 저물자 역동적이 본드 걸을 등장시켰지만 별 재미를 못 보고 저물어버릴 뻔한 제임스 본드 프랜차이즈를 일으켜 세운 것은 터프한 새로운 본드와, 미모의 신인보다는 연기 잘하는 여배우를 보드 걸로 기용하고 축의 다른편에 배치한 극강의 캐릭터를 가진 악당 역 배우의 놀라운 연기였다. (리부트를 아주 제대로... 하는 김에 M도 Q도 최고의 배우들로 교체하고 사라졌던 Moneypenny도 되살렸고...)

Casino Royale(2006)에서 봤던 얼굴도 이름도 생소한 괴물같은 덴마크 배우 Mads Mikkelsen의 섬뜩한 연기와 Skyfall(2012)에서 이미 무시무시한 연기력을 인정받고있던 스페인 괴물 Javier Bardem가 보여줬던 광기... 

그런데...

Spectre는 대체 어떤 영화길래... 혼자 나와도 충분히 아름다울 Monica Bellucci와  Léa Seydoux, 

혼자서도 충분히 묵직할 Christoph Waltz와 Andrew Scott의 클로즈 업 샷을 보여주는 거냐는 말이지... (아흥, 좋아라 )

게다가 이번 편의 감독은 American Beauty로 떠들썩하게 데뷔해서 지난 편 Skyfall을 연출했던 Sam Mendes... 

본드영화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두 편을 연달아 연출하는 감독이 되었다(는 것보다 전작 Skyfall이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게 더 중요하겠지).


말이 길어졌다. 

예고편을 보자




한글자막 달린 거

Posted by jEdo :



1. 나는 쓰레기 또래다. 90년대 초반에 서울 소재 대학교 다녔다.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이지만 경상도 남자애들 말고는 금방 서울 말투 익힌다. 

그래서 누가 어디 출신이지는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모른다. 

진해, 부산 등지에서 왔다던 동기 여자 애들 입학하자마자 (나름) 깔끔한 서울 말 쓰더라. 

들을 수 있는 사투리는 경상도말뿐, 신촌하숙처럼 사투리 범벅 아니었다.


2. 신촌하숙 하숙생들은 각자 고향에서 손에 꼽히게 잘 산다는 집안 자식들이다. 

과재마다 재료비, 학기마다 등록금 걱정해야하고 파전에 막거리 한 잔 사먹기도 부담스러웠던 나랑 내 친구들이랑 비교하면 

얘들 사는 거 무지하게 호사스럽다. 

현실감 뚝뚝 떨궈지던 대목.

샘내는 건지도 모른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편마다 눈물 흘리면서 봤던 건 이 드라마의 중심에 그 수많은 재미를 위한 설정들과 코미디때문에 흔들리지 않을만큼 묵직하고 따뜻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박아둬서일게다. 

작가들 인생을 쫌 아는듯.


4. 응사 만든다는 말 듣고 안볼거라고 했었. 

응칠의 성공에 고무된 방송사야 당연히 여세를 몰아서 더 큰 건을 터뜨리고싶겠지만 

보통 그렇게 맨손으로 바닥 훑어가면서 만든 걸작의 후편은 전편의 평판까지 망가뜨리기 십상이라는 선입견을 떨칠 수가 없어서... 

하지만 응사는 충분히 내 어리석은 걱정을 즈려밟고 가볍게 소포모어 징크스를 떨쳐냈다. 정말 박수쳐주고싶은 대목.


5. 눈물 마를 날 없는 게 인생이다. 눈물 두려워하지 마라.


6. 그래도 정우 나쁜 놈. 자꾸 울린다.


7. 나정이는 칠봉이랑 결혼했다면... 아마 심심해서 못살았을거라 본다.


끝.



Posted by jEdo :

남쪽으로 튀어

원작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サウスバウンド 

감독 임순레

출연 김윤석. 오연수, 김성균, 주진모, 정문성, 이도경, 김태훈. 송상동, 한예리, 백승환, 박사랑 등.




개봉했을 땐 나도 무관심했다.

어쩌다가 땡겼는지... 이제서 봤는데...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운동권 스타 출신 아나키스트 남자와

운동권 동료였고 남편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고 지지하는 비현실적인 아내와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고 취업길이 막힌 88만원세대 딸과 

당연히 엉망진창인 교육과 학교폭력에 노출된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그런 학교에 이제 막 발을 담근 흰 도화지같은 초등학교 4학년 막내딸

이런 한 가족이 국가의 비뚤어진 권력따위에 쫄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내는 작은 영화다.


영화에 세팅된 상황과 국민으로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120% 현실적인 반면

그걸 대차게 통과해내는 최해갑의 캐릭터는 현실에 있을 수 없는 판타지...

라는 게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안타깝다.


촬영 중간에 불거졌던 감독과 어떤 사람들과의 갈등 소식의 결과인지 

너무 원맨쇼가 돼버리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스토리의 힘을 잃은 느낌도 있고

후반에 들어서는 차승원 코미디 '귀신이 산다'를 다시 보는 것같은 기분도 들고...


보고싶으면 봐라.

난 꽤 재밌게 봤고 느낀 점도 많고 아쉬웠던 점도 많고...


작은 영화 깔보는 한국 극장들과 관객들 덕에 흥행은 참패.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관객수 약 150만이라는데 80만 들었단다.)




볼 사람들을 위한 참고할만한 글들. 


영화 '남쪽으로 튀어' 원작 소설과 무엇이 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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