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는 선진국

2008. 3. 3. 11:27 from 생각하고


EBS에서 만들었다는 위의 짧은 영상을 보고서 동하여
가슴 속에서 썩은내 나도록 맴도는 생각을 조금 토해본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한다.
생각할 줄 알고 자신의 생각을 옳은 말과 바른 글로 표현할 줄 아는 젊은이를 만나는 것이
오염된 공기 뒤에 감춰진 밤 하늘 별을 보는 것처럼 힘들어져가는 마당에
영어를 더 잘해야 우리나라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뭘 해도 영어를 말하는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라고
전국민을 자기 비하에 빠트리는 극단적인 어리석음일 뿐이다.

이 정부가 바라고 선택했다는 그 길로 가는 바엔
신해철의 독설대로 미국의 식민지로 이 나라를 내어주는 편이 낫다.
영어뿐 아니라 천국 시민권처럼 동경해 마지않는 미국 시민권도 갖게 되고
그 강력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의 새 정부가 우리 모두 가져야한다고 기염을 토하는
'영어를 말해서 얻어지는 경쟁력'을 훨씬 뛰어넘는 그놈의 경쟁력을 얻게된다.

안다. 말도 안될 억지이고 힘 없는 백성의 울부짖음과 한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머리 좋은 민족임을 세계에 각인시키고도
세계의 석학들 틈에 올린 이름이 그렇게도 적은 이유는
우리가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앞서가는 그들처럼 치열하게 사고하고 고민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16년을 학교에 다니면서 한 번도
학과 중의 어떤 주제에 대해 고민해야할 필요를 느껴보지 못했고
내 손으로 주어진 과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조사를 해본 적도 없다.
모든 지식은 교과서와 참고서에 일목요연하게 정돈되어있었고

시는 영혼을 빼앗긴 채 문법의 칼날로 갈기갈기 찢어발겨져 빨강 노랑 색줄로 꽁꽁 동여매졌고, 수식들은 돌덩어리에 새겨둔 격언처럼 굳어 설명도 이해도 없이 꾸역꾸역 외워져 시험에 사용되고 잊혀지면 그만이었고, 수 백 년 전 조정의 신료들은 근거를 알 수 없는 잣대로 충신, 간신 혹은 역적 따위로 분류되어 마트 생선코너의 고등어 꼴이 되었다.
이렇게 아스피린 알약처럼 각 잡힌 지식들은 잦은 시험 출제 빈도라는 '경쟁력'을 갖춰야 교사들에게 선별되어 학생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렇게 사지가 잘려 네모지게 정돈된 십여개의 과목의 교과서와 참고서들에 담긴 정보들을 머리에 밀어넣어 결국에는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모범답안'이란게 참고서 뒷표지 앞에 거꾸로 인쇄되어있을 것만 같은 생각을 배웠다.

교사들은 자판기처럼 문제의 답을 던져주고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즉각적으로 답을 낼 수 있는 질문조차도 가끔만 허용되었다.
그런 교실에서 여드름과 이성교제, 진로에 관한 고민 이 외의 어떤 고민이 허용되겠는가.
교사를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학생은 수업을 방해하고 진도를 가로막는 똘끼 충만한 '새끼'였을 뿐이고는 학생을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교사는 우리 어머니들의 귀한 자식들의 앞 날을 가로막는 '놈' 혹은 '년'이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모범답안 발굴하기에 도사급의 경쟁력을 가지게된 우리 젊은이들 큰 무대에서 한 판 겨뤄보고자 유학이란 걸 나가서 세계의 석학이 던져준 문제에 자신있게 입을 모아 모범답안을 제출했다가 '너희들이 똑같은 생각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걸 보니 누군가가 남의 생각을 베꼈군, 아... 다시 보니 이 생각은 그 유명한 아무개의 책 몇 페이지의 내용과 토씨까지도 닮았군' 하고 오해와 조롱을 받고 당황당황했다는 초보 유학생들의 깜짝 놀랐어요 스토리들이 넘쳐나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슬픈 것은 이렇게 시작하여 어찌됐든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던 수 많은 우리의 인재들이 나라의 중대사를 책임지는 자리에까지 성장을 하여 국익을 놓고 따지는 국가간의 협상 자리에 앉아서 그들의 말이 다 옳게 들려서 그들의 설득에 고개 끄덕이고 돌아오고 마는 웃기는 정부를 꾸리게되는 수순을 밟고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다 드는 현실이다.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국제사회에서건 술자리에 앉은 친구들 틈에서건 진정 가져야할 경쟁력은 자기의 생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우리말과 과학적이기로 으뜸이라는 우리글을 바로 알고 반만년 유구하다는 우리 역사를 바로 알아야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우리 나라를 세워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나라가 경쟁력을 잃어가기 시작한 시점을 찾으라한다면 나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고 대학 입시에서 국사과목의 비중을 줄인 수년 전 그 즈음, 혹은 모든 기업들이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을 영어시험으로 삼기로 결정한 수년 전 그 즈음이 아니겠냐고 말하고싶다.

이 나라는 더 이상 우리말 철자를 바로 알고 반 세기 전 이 나라의 통치자가 누구였는지를 아는 것 따위에는 관심도 없어보인다.



+1.
위 글에서 틀린 철자나 틀린 어법 등을 발견해보자.
나도 점점 자신이 없어져서 그런다.

'생각하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ideal or good leader  (0) 2008.05.14
당신이 가진 가치관 혹은 당신을 지배하는 가치관  (0) 2008.03.26
Christian vs Christ Follower  (3) 2007.02.15
dirts on my soul  (0) 2007.02.12
good mother  (2) 2007.02.05
Posted by jE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