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곶.


울산 바닷가에 유명한 거기.
작년에 부산 초짜 때 차 타고 한 번 가본 거기.
다들 쉽게 다녀온다는 라이딩 코스
지도 펼쳐놓고 이래저래 재보면 왕복 100km쯤 뽑을 수 있는 거기.


다녀왔습니다.


새벽에 여자 핸드볼 팀이 연장전 재연장전 끝에 안타깝게 지는 걸 다 지켜보고 3시쯤 자면서 용감하게 7:30 알람을 맞췄지요.
전 특별한 때만 알람을 켜고 늘 알람보다 일찍 일어납니다.
7:10분 기상
온 몸 뼈마디가 꾸깃꾸깃 죽고싶지 않으면 꼼짝도 하지 말라고 협박을 하는데
하필 패쓰를 열었다가 구싸똥 새벽 라이딩 얘길 봤습니다.


구겨진 뼈마디엔 뜨거운 샤워가 직빵인데 우리집 보일러 청소 어쩌구로 일주일간 떠거운 물 아니 나옵니다.
별 수 없습니다.
씻고 먹고 챙기고...
엊그제 타고 걸어둔 자전거 앞 바퀴가 말랑거립니다.
불안하지만 그냥 펌프펌프, 뒷 바퀴도 펌프펌프.


사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았더랬지요.
도싸에서 만난 착한 동생들이 간절곶 간다했는데 시계를 보니 지금 딱 출발...
얘들 따라가면 민폐+개고생이라 생각들어 혼자 몰래 나도 간절곶을 가기로 합니다.


코스는 집-반송고개-간절곶-달맞이고개-집

출발 시각 08:48
날씨는 아침이라 아직 자전거 타기 좋은 정도.


시내에도 차가 적고 살방살방 30km/h 안되게 달려서 반송고개를 오릅니다.
요즘 몇 번 왔다고 익숙한 경사
그렇다고 힘이 안 들 리는 없지요. -_-
고개 끝이 보입니다.
그 위로 꺼먼 구름이 보입니다. 
대략 바닷가 쯤일텐데..
나랑은 만나지 말자... 기도하는 맘으로 기장으로 들어갔고 일광을 향해 좌회전하는데 
길이 축축해...
엉덩이에 막 흙탕이 튀어...
아, 얘기 안 했지요. 저 어제 저녁에 체인 완전 광나게 닦고 프레임도 닦고 막 그랬답니다. 하하하하.


뭐 그래도 하늘 맑은 일광 바닷가에 도착했습니다.
남들 다 찍는 그런 사진 몇 장 찍고 또 잠깐 쏟아지는 소나기 피했다가 북쪽으로 출발합니다.



자전거는 대략 이런 꼴.


이런 바다


이런 동네.


다시 추을바으을



일광부터 간절곶까지는 약간의 업다운이 있긴 하지만 높아야 70m 정도 바람도 없고 하지만 날은 덥고...
간절곶 1km 표지판 근처에서 아침에 먼저 떠난 도싸 동생들을 만나서 크게 손을 흔들어 인사만 해주고 제발 기다린단 말은 말아달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통과. 
곳곳에 원전 1기 가동을 반대하는 어촌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있어 가슴이 편하지 않았지만 다리는 편하게 간절곶에 도착했습니다.

인증샷.jpg


인증샷_2.jpg


자 이제 돌아가야겠죠.
생각보다 쉽게 도착해서 가벼워진 마음으로 페달을 밟습니다.
멀리 해운대쯤 하늘 위에 먹구름이 보이지만 뭐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 싶습니다.


맞바람이 조금씩 붑니다.
사실 꽤 셉니다.
시간이 정오를 향해 갈수록 온도도 올라가고 소나기 덕인지 습도도 살살 느껴지고.
서둘러서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바람... 내리막에서도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가질 않습니다. -ㅁ-;;;


열심히 페달질을 하는데 누가 얼굴을 툭 때립니다.
빗방울... 뭐가 이렇게 커...
얼른 피할 곳을 찾아야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요
다행히 길가에 새로 지은건지 짓다 만건지 어색하게 서있는 집 한 채가 있어 현관 처마 밑에서 피를 피했는데
빗방울이 이렇게 드세집니다


어떡하지.jpg

이 흙바닥이 맏잉라면 마당인 뭐 그런 집...


돌아오는 길은 내내 맞바람과의 사투...
보이는 편의점마다 들러서 물을 사서 들이켰습니다.
물값을 만원은 쓴 것같은데 화장실은 집에 올 때까지 한 번도 가지 않았으니 그만큼 땀을 뺐다...는 거군요. ㅉㅉㅉ 


달맞이 고개는 스킵하고 터널로 지나올까했는데 또 그게 거기 도착하니 그렇게 되질 않는거죠.
꾸역꾸역 올랐습니다.
해마루에서 신발 벗고 앉았더니 거기서 모든 걸 끝내야겠다는 결심이 섰지요.

신선놀음_남들 눈엔 거지꼴.jpg
하지만 방븝이 없습니다.
바람 좀 쐬고 다시 달리는 수 밖엔... 


다시 달려달려 하마정을 넘는데 거리가 91.1km...
아무리 생각해도 집에 도착하면 97km가 될까말까합니다.
올 들어 한번도 100km 라이딩을 하지 못해서 꼭 100자를 보고싶어져버렸지요. 그래서 동네 뺑뺑이를 돌았습니다.
평속따위... 이미 개에게 줘버린 상황.


그렇게 얻어낸 100km 라이딩의 증좌.


부록:: 충격과 공포.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전거 프렘을 샤워시켜주고 바퀴 두개 욕조에 넣고 샤웟샤웟 물을 뿌려줬습니다.
아침에 바람이 빠져있어서 불안했던 앞 바퀴는 꽤 탱탱한 상태를 유지하고있었습니다.
얼마 전 장렬히 사망한 슈발베 타이어 대타로 이미 은퇴한 녀석을 임시로 끼워놓은 거라 대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스태플 심 한개가 박혀있고 그 옆에 뽀글뽀글 작은 게거품 두 개를 뿜어내고있었지요.
아하하... 뭐 그래도 라이딩 무사히 마쳤으니 다행이지 뭡니까.


뒷 바퀴를 씻어줍니다. 
뒷 타이어가 손에 닿는 느낌이... 뭐랄까...
보들보들...? 몰캉몰캉...?
나는 멘붕벤붕... -ㅂ-;;;;;


방금 펌프를 달아보니 바로 슉! 소리는 내는 이 녀석의 공기압은 37psi!! 
출발 전 공기압은 120psi!!!
대체 어디서부터 저 모냥이었을까요...
전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먼 거리를 펑크난 뒷 바퀴를 질질 끌고 온걸까요...
가는데 2시간이 안 걸렸는데 돌아오는데는 2시간 30분이 넘게 걸린 건 단지 복귀 코스가 조금 더 길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봅니다...
갈때 넘은 반송고개가 올 때 넘은 달맞이 고개보다 높은데 뭐 달맞이가 더 가파르긴 하지만 그렇게 힘들었던 이유는 뒷 바퀴인지도 모르는겁니다. ㅠㅠ


아.. 주절주절...의 요점은 
간만에 장거리 달려주니 상쾌하다 + 느리다고 흐른다고 물 많이 마신다고 핀잔 주는 사람 없어서 맘 편하다.

이상 혼자 다녀온 오늘의 간절곶 라이딩 후기입니다.


+1. 아침 살짝 먹고 나갔는데 라이딩하고 지금까지 배가 고프지 않은걸로 미루어보아 사람은 물과 약간의 당분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가봅니다.
아님 제가 지금 제 정신이 아니거나요.




Posted by jE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