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쓰다가 길어져서 블로그로 옮김.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조성호(30)에 대한 연합뉴스의 보도이다. 

기사 중

이 문장에서 '훨씬한 외모'라는 기자의 표현에서 받은 충격에 묻혀서 미처 못한 얘기.

저 짧은 글을 읽는 순간 글에 깔린 '외모가 준수한 사람은 악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전제를 읽었고, 그 어이 없는 전제가 우리 사회 바닥에 꽤 든든하게 자리를 하고있다는 것을 가볍게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얼마 없을 거란 느낌과 함께 '범죄형'이란 단어가 누군가의 외모를 꽤 선명하게 설명하는 사회이고, '관상'이라는 것이 사람을 첫 눈에 판단하는 대표적인 잣대로 수백 년 작동하고있는 사회에서 나고 자랐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에 관한 나의 어두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나에게 '사실 너는 얼굴이 범죄형'이라고 조심스럽게-그래서 도저히 농담으로 들리지 않게 고백해 주었던 어떤 훤칠하게 생긴 교역자와 어느 남자 연예인을 '아, 그 키 째끄마난 애요?'라는 말로 설명하던 그의 키 쬐끄마난 아내가 머릿 속에 둥실둥실 떠올랐다.

혹여라도 나의 상처나 아픔을 곱씹는 중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시기를 바란다.
난 매우 작은 키와 잘나지 못하고 좀 무섭게 생긴 얼굴을 가지고 물려 받아 평생을 살았지만 감사하게도 이런 외모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지 못하는 성격이 배송비 절약 용으로 구매한 상품처럼 동봉된 채로 배송돼서 외모로 인한 아무런 불편을 겪지 않고 살아왔는데 외모를 가지고 사람을 속단하고 분류하는 집단 속에 들어가있다는 걸 문득 느낄 때 정말 마음이 심하게 불편해진다.

이런 풍토는 아마도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은 생략하고 얼른 판단해서 분류하려고 하는 성급함에서 출발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고 관계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애용하는 아이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람은 평생 한 이불 덥고 같이 살아도 잘 모르는 존재라는 걸 생각하면 그건 매우 어줍잖고 교만하며 잔인한 습성이 아닐 수 없다.

아... 멀리 가 버렸다.
암튼 눈빛이 무섭다거나 표정이 간사하다는 등의 얼굴에 쌓인 세월을 읽어내는 연습을 하시고 타고난 생김새를 사람 분류하는 잣대로 쓰는 것 좀 그만들 하시길...

남을 판단하는 그 잣대로 우리도 판단 받게 된다고.



+1. 사실 난 무섭게 생겨서 세상 편하게 사는 게 더 많다고 느끼긴 한다. 

'혼자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의 저작권에 관한 투덜투덜  (1) 2016.05.12
부러운 놈.  (0) 2010.05.15
지름 신고  (1) 2009.02.03
awesome...  (1) 2009.01.30
어쩌란 말이냐...  (2) 2009.01.29
Posted by jE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