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자전거가 타고싶었습니다.
그제 저를 꼬드겨서 남산엘 끌고 갔던갔던 두두를 꼬드겨볼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목요일 아침에 피세이 라이딩 있다고 꼬드김을 당했습니다.
전 귀가 팔랑거리는 아저씨니까요.
요즘 늘 늦게 자는데 아침 일찍 나가려면 일찍 잠들어야합니다.
잠 부족한 채로 라이딩하면 얼마나 힘든지 제가 잘 알거든요.
빵이라도 먹고 나가려면 일곱 시 이전에 일어나야합니다.
세 시가 다 돼서야 잘 수 있었고 일곱시 알람은 무시했습니다.
큰일입니다.
바람이... 강합니다.
천호동 골목엔 벚꽃이 이이쁘게 피었는데 날씨가 흐려서 사진은 이 모냥.
다행히 늦지 않고 도착한 피세이 샵엔...
이게 웬 일이랍니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우아... 평일 아침 번개가 이렇게 흥하다니요...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더... 아.. 아닙니다.
만난적 있는 사람 단 두 명, 페북에서 인사라도 한 분이 두세 분 더 있고...열댓명은 될텐데 이렇게 낯설다니요...
하지만 저는 압니다.
난 오늘 죽을 거야...
신비로운 기운이 넘실댑니다.
여자가 여섯 명인가 있다는데 그중 아무도 저만큼 못 탈 것같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름만 들어도 지나가던 개가 지린다는 굇수녀님들도 막... (영광입니다.... 같이 달리다니요.. ㅠㅠ)
달려보니 역시나...
미사리를 지나면서 머릿 속에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앞 부분이 맴돕니다.
'점저엄 더 멀어져간다아....'
불길합니다.
안돼. 나 지금 아주 잘 따라가고있다고... 쳐지지 않을 거야...
마인드 컨트롤을 해봅니다.
팔당까지 무리 없이 잘 달려왔는데 팔당대교 지나서 야트막한 업힐이 막 거기부터 그렇잖아요...
다들 평지라고 생각하지만 저에겐 장벽같은 그런 길...
맞바람인데... 업힐인데...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첫 업힐을 다 오르면서 저기만 지나면 평화가 오겠지 했는데...
...
그 후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어마어마한 맞바람을 혼자 뚫고 달리다가
체인 빠져서 뒤쳐진 사람에게 따이고
체인 끊어져서 뒤쳐진 사람에게 따이고...
도마 슈퍼 앞에서 저를 기다리는 눈들...
제 뒤에 한 분이 더 있었지만 아마 그 분도 뭔가 사고가 있어서 정차했던 분이겠죠...
도마치와 은고개를 밉지 않을만큼만 흘러가면 무사히 넘었습니다.
이제 내리막 뿐이니... 하하하...
이 사람들... 왜 이러십니까...
경사도는 -2도 정도,
풀 아우터 걸고 케이던스 115rpm으로 달렸습니다.
이야아아아!! 시속 60km를 넘겼습니다!!
스스로 어찌나 대견하던지...
하지만 저는 흐르고있었습니다.
내리막인데도... 최선을 다 했는데도 흐르고있었습니다... ㅠㅠ
라이딩 마지막 즈음 신호대기 중. 이 느긋한 표정들 좀 보라지요... 칫.
그렇게 막 내달려서 천호동에 왔습니다.
선두가 좌회전 사인을 주니까 바람이 우측에서 불어와서 좌회전이 됩니다.
여긴 기적도 일어나는 종교집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호대기 중에 제 앞에 서있던 분은 출발하는데 클릿을 끼우지 않았습니다.
빼지 않았으니까요... 그냥 발 딛고 서있는 사람들 속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바로 뒤에서 몰랐습니다.
기적이 일어나는 종교집단이 맞는 것같습니다.
진이 빠지고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같았지만 돈까스 한 접시 빨아들이고서 언제 그랬냐는듯이 쌩쌩한 저는...
체력을 뽑아 쓰는 방법을 모르는 저질 몸뚱이의 아저씹니다.
그런 건 어디 가면 배울 수 있나요...?
피세이 화목 라이딩...
민폐 낙인 콱 찍히겠지만 자주 가기로 했습니다.
흐르지 않을 날이 어여어여 와주길 고대하며...
終
오늘의 로그
그리고...
그렇게 흘렀는데 PR이 이마아안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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