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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06 닭갈비를 먹자 춘천라이딩 20110505 7
바이크당에 묻어서 라이딩을 한 지 한 달쯤 됐군요.
한강을 벗어나 멀리 가본 건 처음입니다.


09:00 운길산역(이게 어딘지도 몰랐습니다)에서 출발해서 70여km 라이딩 춘천에서 닭갈비 먹고 해 지기 전에 서울로 점프하는 일정. 
어려워보이지 않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유일한 장벽.
전 날 동네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자정에 귀가.
라이딩 채비 마치고 자면 5시간은 잘 수 있는 시간.
그러나 정작 잠자리에 든 건 세시쯤.. -_-;;
잘자라, 굿나잇, 여러분 안녕.. 뭐 이딴 얘기를 주기적으로 섞어가면서 세시간을 떠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5:30분경 벌떡 일어나서 채비 갖추고, 고양이 밥 챙겨주고, 6:00 출발 6:10 백석역 플랫폼 도착, 6:20발 하행 3호선을 탔습니다.

옥수역까지 한 시간 가량 가면서 눈을 좀 붙이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생각만 그렇게 했습니다. 
어쩌다보니 잠은 한 숨도 못 잔채로 옥수역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 너무 일찍 왔습니다. ㅠㅠ


잠시 후 아버지께서 어린이날 선물로 태워다주셨다는 현아(@merrionnee)와 푸다닥@pudadaq님과 테이큰@shonjj님 도착, 전날 저보다 격한 밤을 보냈다는 현아는 전철역 벤치에 앉아서 자는 게 아닙니다. 평정심을 찾으려 명상 중입니다.


날 맑은 봄날+휴일 중앙선 열차 자전거 거치대는 자리가 모자랄 지경입니다.
앞 차에는 더 많은 자전거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부지런들하십니다.
자전거들도 자전거 주인들도 바른 자세, 밝은 얼굴 한 없이 즐거워 보입니다.
그러지 않을 이유도 없죠. 


운길산 역에 도착했습니다.
조금 늦으신 분들까지 다 모였습니다.
13명이라 했습니다.


마지막 점검도 하고 처녀 라이딩을 하는 @danaide2님의 새 캐넌데일 수퍼식스 구경도 합니다. (사진은 못 찍었... 엇, 다시 보니 사진에 쬐마나게 등장했군요 수퍼식스)


출발...
날씨는 맑고 피곤하지만 기운차게 페달링.
업힐이 몇개 있어요.. 라고 초행이 아닌 분들이 얘기했지만 여자분들(@darkyum, @limsss00)이라 살짝 웃어드렸습니다.


작은 구릉을 하나 넘고서 뒤에서 신호가 옵니다. 
후미에서 @_rockpsycho님 자전거 바퀴가 펑크 났다더군요.
가까운 식당 마당 그늘에서 기다리고 엊그제 200 몇 km를 달려 미시령을 정ㅋ벅ㅋ했다는 @skelecton님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휘익 구조대로 출발합니다. @VegalifeZ도 뒤따릅니다. 
역시 젊음이 좋습니다.
수다수다를 떨었습니다.
이내 지루해집니다.
아침들을 걸러서 챙겨온 비상식량들을 다 축냅니다.
한참만에 구조대가 @_rockpsycho님과 자전거를 구조해서 도착하고 다시 출발.


어린이날+날 좋은 봄날이라 차들이 많습니다.
자전거 무리도 자주 보입니다.
천천히 갓길로 버스 곁을 지나는데 팡!슈욱~
버스에서 나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그 소리가 @_rockpsycho님의 자전거에서 난 거란 걸 자전거 주인의 표정을 보고 알았습니다.
다행히 가까이에 벤치가 있어서 두 번째.. 아.. 세 번째 펑크 수리.. 
첫 번째 펑크 수리하고 일행에 합류하러 출발하자마자 다시 펑크가 났답니다.
끌바, 수술대에 누운 자전거, 부상 부위, 얻어(뺏어)온 절연 테입으로 응급 처치 그리고 분노의 펌프질.
@skelecton, @pudadaq 두 분이 집도했습니다.
이렇게 주인 고생시킨 바퀴는 200여m 주행 후 다시 펑!슈욱~을 합니다.
@_rockpsycho님은 대성리역에서 춘천으로 점프하여 바퀴를 고치든 자전거를 새로 사든 하고 기다리시기로 했습니다.


다시 출발...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 행렬과 작별하고 정말 차암 기분 좋은 라이딩이 이어졌습니다.
누군가 '쁘띠 프랑스' 언덕을 언급합니다.
마음에 각오를 다집니다.
아.. 저기구나..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전 의외로 업힐에서 강자였습니다.
쉽지 않습니다만 뒷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을 여유는 있습니다.
다만 주머니에서 건드려진 포커스 설정 놉이 수동 포커스에 가있는 걸 알아챌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흐릿한 정신에 걸맞게 흐릿한 앞뒤 사진..
가지런히 잘들 오르십니다. 다들 강하십니다.


언덕 위에 있는 갤러리 앞에서 잠시 쉽니다. 
경치도 좋고 건물도 멋지고 수다도 즐겁고...
출발하려는데 @elley0107님의 자전거가 저 혼자 펑!슈욱~을 합니다.
신기했습니다.
착한 @skelecton님이 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구를 주섬주섬 챙겨서 
'날 살려내라!!'고 배 째고 드러누운 @elley0107님의 자전거를 손봐줍니다. 
새 튜브인줄 알고 넣은 튜브가 아까 그 사고 튜브였습니다.
타이어가 유난히 단단해서 빼고 끼우는데 애를 먹습니다.
다른 청년들도 덤벼들어서 쉽지 않은 수술을 마쳤습니다.
@elley0107님을 포함한 여자분들은 아랑곳 않고 포토타임을 즐겼습니다. 
저도 사진만 찍었습니다.


다시 출발
을 하려고는 했는데
@elley0107님의 자전거를 세워뒀던 자리에 세워둔 @danaide2님의 브랜드 뉴 수퍼식스가 또 저 혼자 펑!슈욱~을 합니다.
오늘의 제6번 펑!슈욱~입니다.
이번엔 제가 바퀴를 잡았습니다.
저는 얍삽하게 타이어를 빼주기만 하고 슬쩍 뒤로 빠져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렇게...
뭐 이번엔 다들 별로 열심히 돕지 않는 것같습니다. 
여섯 번째거든요.
조각상이 안쓰런 표정으로 수리하는 모습을 내려다봅니다.


또 다시 출발
바로 다운힐을 내달렸고 다운힐의 끝은 업힐의 시작.
이번 업힐엔 사진 못 찍었습니다.
이건 대체 뭔가, 아까 그건 예고된 업힐이 아니었나, 
판단이 흐려져서 사진따위는 머리 속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전 업힐이라곤 남산 두어번 올라본 게 전부인 사람입니다.
페이스 조절 잘 못하고 크랭크는 스탠다드입니다.
중간에 @limsss00님을 추월했던 건 스탠다드 크랭크라서, 페달링을 늦추면 자빠질 것같아서였습니다.
자전거를 버리고 울면서 집에 가고싶어졌습니다.
헉헉거리는 제 숨소리가 산에 울려퍼지는 게 참으로 민망했습니다.
평페달+경험 없는 @merrionee랑 @elley0107님이 고생스럽게 업힐을 올랐습니다...만 저처럼 헐떡은 안합니다.


다운힐은 신+겁납니다.
도로에 패인 곳이라도 있으면 피할 여유같은 건 없고 그냥 부서질듯 지나가줍니다. 정말 이러다 부서지겠습니다. T^T


얼마를 가서 만난 또 하나의 업힐... 
제 앞의 @darkyum님은 업힐을 우스워하는 게 분명합니다.
고갯길은 커브를 돌 때마다 경사를 더해가는 것같았습니다.
@darkyum님 뒷 모습은 점점 멀어져갑니다.
욕이 터져나오길래 빌어먹을 강원도라고 해줬습니다.


두어 명이 지나쳐갔는데 알아볼 정신은 제게 없었습니다.
클릿이 닳아서 댄싱을 할 수 없다던 @pudadaq님이 지나쳐갑니다.
이번엔 기럭지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자분들도 잘 오르는 거기서 전 천식 환자처럼 헐떡거리는 검 숨길 수가 없었고,
이 고갯길은 아마 끝이 없을 거야 하는 믿음이 생기던 즈음에 선두에서 오르던 @VegalifeZ님이 서있는 위풍당당한 모습을 본 것은 구원의 빛.
이름도 기억하기 싫은 상천리 언덕(윽. 기억했다) 
울고있는 것같지만 결코 그럴 리 없는 업힐의 여왕 @darkyum님이십니다.


여기서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바이크당에서 남친이 있는 여자분들은 업힐을 잘한다"



오르는 게 힘들었던만큼 내려가는 길은 쉬운... 줄 알았는데... 처음이 아니니 속도도 좀 즐겨보자 했는데...
미숙한 라이더의 다운힐 코너링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고 뒷브레이크를 너무 잡아서 코너 바깥으로 튕겨나갈 뻔도 하고 오른쪽 코너링에서 중앙선도 마구 밟아줬습니다. 도로가 한적한 게 천만 다행.


시간이 이래저래 너무 지체되어 춘천까지 가기 전에 허기로 쓰러질듯해서 가평에서 간단히 요기라도 하기로 하고 
냉면집엘 들어가서 세숫대야 냉면에 추가 사리를 얹어 국물까지 다 마셔버렸습니다. 
생애 가장 거한 요기였습니다. 
오후 세시니 그래도 됩니다.


춘천에 먼저 도착한 @_rockpsycho님은 수리 마치고 노숙자 여러분들과 길에서 주무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5시까진 집에 가야하는 @nicedream37님이 서울로 점프..
이게 우리 모두의 모습이어야 했었는데...


점심 먹으러 가기로한 춘천에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야할 지경이 되서 그런 건지 이들은 원래 이런 건지 너무 힘들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40km/h로 쏴줍니다. 따라가는 제 두 다리가 고마웠습니다.
살짝 길을 잘못 든 덕에 좋은 경치를 만났습니다.


포토 타임!
경치도 
셀카도 한 장.
역시 눈을 가려줘야 얼굴이 삽니다.
그리고 헬멧 끈이 턱선인 척을 해줘서 많이 고맙습니다.


업힐이 더 남았나요?
춘천 도착하기 직전에 죽이고 싶은 길이 있어요
라고 @darkyum님이 까르르 웃으며 알려주십니다.
'당신이 남자였다면...!!'하고 아주 잠깐 생각하며 주먹을 쥐었습니다만 손엔 힘이 없어서 쥐어지지 않습니다. ㅠㅠ


마지막 업힐은 직선 코스. 끝이 보이니 그나마 나았을까요? 저주스럽긴 마찬가지... 
평지뿐인 일산이 너무 사랑스러워졌습니다.


춘천에 도착했습니다. 
@_rockpsycho님과 합류해서 춘천 이마트에서 먹은 '레이보우 샤벳'은 가히 천상의 맛.


닭갈비도 먹었습니다.
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동 사리도 볶아 먹고
밥도 볶고.
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돌아오는 길 얘기는 뭐 옥수역까지 오는 한시간 반 내내 서있었단 거... 
정신줄 놓고 옥수역 지나쳐서 이촌에서 유턴했단 거 정도만 하죠..


11시쯤 귀가... 


처음 해본 시외 라이딩이라서 그런지 업힐에 놀라서 그런지 말이 많았습니다.
끝까지 읽으신 분들께 박수를 드리고 
띄엄띄엄 사진만 보고 스크롤해서 여기까지 내려오신 분들께 현명했다고 칭찬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남춘천역에서 찍은 단체사진.

누구는 조명빨에 웃고 누구는 그림자에 실망한 그 사진입니다.
옆에 계시던 어르신이 찍어주신 사진은 흔들리고 구도도 음.. 
버렸습니다.


함께하신 열 한분 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열 세번째 멤버인 척 했던 펑크귀신은 이제 빠이빠이.


아.. 일곱 번째 펑크는 또 @_rockpsycho님 당첨. 
샵에서 타이어 교체하다가 한 번 더 났답니다.
하루에 평생 날 펑크 나 내셨으니 이제.... 익숙해진만큼 펑크 자주 만나도 당황하지 마세요. :)


아.. 어제 달린 기록.. 빼먹을 뻔했다.


더 나은 후기를 원하시면 


아. 빼먹을 뻔한 사진. 
Posted by jE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