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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20 리들리 스캇의 The Martian. 고프로 유감 3

존경하고 흠모해 마지 않는 리들리 스캇 감독님이 만드신 영화라 무조건 은혜로운 심정으로 관람한 <마션>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저건 왜 저랬을까 하는 불편한 생각을 놓을 수 없던 게 하나 있다. 바로 액션캠  '고프로'.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언제건 화성에 유인 왕복 우주선을 보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나사가 달착륙 사실을 의심받는 시대의 물건인 고프로를 아무 개조도 없이, 심지어 악세서리까지 그대로 다 사용해서 너무 잘 보이는 위치에 그저 장착만 했다는 점을 그냥 눈감아 줄 수가 없더라. 
우주복 어깨 너머에 달린 수트캠 역할의 배우 고프로씨는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미래적인 디자인의 수트에 일체형으로 디자인한 카메라를 떼버리고 고프로 상자에 들어있는 악세서리와 3M 양면테이프를 꺼내서 고정한 것처럼 보여 이만저만 생경스러운 게 아니다.

PPL일까? 
20세기 폭스사가 1억 달러 짜리 리들리 스캇 프로젝트에 대당 수백불 하는 휴대용 카메라 몇 대 얻자고 고프로에게 손을 내밀었을까?
기사를 검색해보면 고프로사에서는 아무 협조를 한 사실이 없단다. 그저 마션을 보는 내내 여기 저기 노출되는 자사 상품을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있을뿐이니 아무 수고 없이 1억 달러 짜리 홍보영화를 헌납 받은 셈이 됐다.

그렇다고 헬멧 좌우에 달린 커다란 고프로가 아닌 누가 봐도 카메라로 보이는 물건이 경쟁 제품인 소니 액션캠을 닮긴 했지만 그건 아니니 이 얼마나 해피한 일인가. ㅎㅎ


이 고프로 사용에 대해 한 가지 양해가 되는 지점이 있긴 하다.
영화에서 실제로 저 고프로들로 촬영된 영상이 와트니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상당히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거기엔 진짜 카메라가 달려있어야 촬영이 용이하다는 점.  
물론 수트나 로버 운전석에 어울리는 소품용 카메라를 제작하고 고프로와 바꿔 달아가며 촬영해도 아무 문제는 없고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러운 영화 제작 프로세스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웬일인지 리들리 스캇은 그런 사소한 정성을 들이지 않는 편을 택했다. 오히려 앞서 말한 것처럼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만든 일체형 카메라를 떼버리고 여기엔 고프로를 달고 촬영하겠어! 하고 고집스럽게 고프로를 손수 달아주신 것처럼 생겼으니 말이다. 
그렇게 고프로를 달았다 뗐다 하며 작업하는 게 번거롭고 싫었다면 고프로를 개조하거나 고프로가 감춰질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어울리는 케이싱을 제작할 수도 있었을텐데 리들리 스캇은 그것도 마다했다. 
심지어 헬멧캠의 위치와 크기는 지금 미군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기까지 한데 헬멧캠으로 촬영된 영상을 본 기억은 없다는 게 더 이상하기도 하다. (그런 영상이 있다면... 왜 헬멧캠은 좌우 두 개이고 어깨의 수트캠과 위치가 거의 겹치도록 달렸는가에 대해서 또 따져보고싶어진다고...)

이 두 번째 사진은 같은 감독의 작품 <프로메테우스>의 장면이다. 여기서 쓰인 어깨에 달린 수트캠의 경우를 보면 요즘 사용되는 카메라의 크기이고 그 카메라로 촬영된 듯한 영상이 영화에 다수 사용됐다. 
어쩌면 저때 사용된 카메라가 만족할만한 화면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이중작업을 하게 만들어서 감독이 이번엔 이런 결정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요즘 시각으로 봐도 전혀 수려하지 않은 고프로와 장착 악세서리가 그대로 노출된 건 어떻게 고쳐 생각해도 좋게 봐주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마션은 블록버스터 치고는 상당히 짧은 7개월간 촬영된 반면 나사의 검증을 받는 데에 1년 6개월이 걸렸다고 홍보할만큼 과학적 오류를 피하려 애쓴 작품이다. 
전반적인 프로덕션 디자인도 미래지향의 SF 영화들처럼 현재엔 없을법한 것들은 피하고 정말 우주에 가려면 저럴 것같다 싶은 디자인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고프로를 그대로 사용한 건 프로덕션 디자인의 관점에선 커다란 오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리들리 스캇 감독이 <프로메테우스 2> 제작 중이라고 다들 기대가 큰데 내 눈에 까칠함이 묻어버렸다. 

#왜그랬요리들리 #사랑해서라면용서는해드릴게

Posted by jE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