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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9 신세계 1

신세계

2013. 3. 19. 16:23 from 읽고 보고 듣고 쓰고

아주아주 오랜만에 시덥잖은 영화 리뷰를 써보기로한다.




134분, 2013년 2월 21일 개봉

감독: 박훈정(신세계, 혈투 연출 /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각본)

출연: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박성웅, 주진모, 송지효, 최일화, 김병옥, 장광, 권태원 등





머리


글발 세울 자신 없으니까 보고서처럼 토막을 내자.

그리고 개봉 한 달이 되어 이미 볼 사람들은 거의 다 봤으리란 내 맘대로 판단에 소량의 스포일러를 함유하도록하자.

거기서 홍콩 영화 따라했단 부분은 빼놓기로.

베를린도 본 시리즈 따라했다고 뭐라뭐라 하는 거 싫다.

이런 장르들에서 한국영화판은 아직 잘 따라만해도 굉장히 칭찬해줘도 괜찮을만큼 어리다.

연륜에 비해서는 상당한 수작들을 만들어내고있다고 본다.


흥분 가라앉히고...


별점 

아이템, 기획 4.5/5

연출 4/5

캐스팅 4/5

연기 황정민 5/5, 최민식 4/5, 이정재 4/5, 박성웅 3.5/5

영화 4/5


총평: 

흔한 말로 '남자가 만든 남자들의 영화'

만화로 치면 스토리 좋고, 그림도 썩 잘 그렸고, 칸 나누기도 흠 잡을 데는 없는 장편.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속되는 안전빵.

규모 큰 영화는 첫 연출이니 이해는 한다만...





연출 박훈정


전작인 [혈투]는 벼르기만 하다 결국 흘려보냈었다.

필모를 보다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의 각본가였단 사실에 사뭇 놀랐다.

내가 꼽는 완성도 높은 영화와 완성도 아쉬운 영화의 대표작쯤 되는 두 영화...

이건 뭐 감독의 문제일 수 있으니...


신세계 얘길 하자면,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이미 완성도가 높았다고 보일만큼 만듦새와 짜임새가 수준급이었으나

재능있는 (하지만 천재는 아닌듯한) 감독들이 초기 작품에서 자주 보여주는 두려움의 흔적을 다 털어낸 연출은 아니었다.

잔소리도 좀 있고 많이 걷어냈지만 아직 여기저기서 보이는 군살들이 아쉽게한다.

군살들의 정체는 대체로 일 벌여놓고 감당 못한 느낌보다는 

감독이 애착을 가지고 작업한 자기 자식이다보니 냉정하게 도려내기 힘든 대목이 많은 듯했단 느낌 쪽.


배역들의 캐릭터도 좀 더 날을 세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고

영화 말미의 '이자성의 정리작업' 부분은 조금 더 간결하게 편집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의 '일'때문에 신출나기 이자성을 지옥에 던져버린 남자

강과장 역 최민식


The 최민식이다.

'굳이 최민식이 아니어도' 괜찮았을 캐릭터 강과장을 '최민식이니까'의 강과장을 만들어냈다.

최민식은 이미 오래 전에 연기를 그렇게 독하고 징그럽게 잘해내지 못하면 욕을 듣는 지경의 배우가 되어버렸으니 

독기 빼고, 기운 빼고 가는 이번 배역이 연기하기 어땠을지 모르겠다.

좀 더 비겁해도, 좀 더 악해도 괜찮았을 강과장이 그냥 피로에 지친 중로의 형님이 된 듯한 아쉬움은 배우보다는 감독 탓으로 돌리고싶다.





주는 일 하다보니 깡패가 된 경찰

이자성 역 이정재


대한민국 대표 청년 이정재가 중년의 문턱을 넘는 발걸음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에게 대단한 연기력을 기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영화에서도 이정재가 연기력 쩌는 배우로 거듭난 건 결코 아니다.

관객들이 이정재 수트발에 더 관심을 갖는 것만 봐도 뭐...

그런데 묘하게도 여기서 이정재는 연기력의 아이콘 최민식-황정민 틈에서 밀리지 않고 살아남는다.

이정재가 부쩍 자랐거나 최-황이 살살 해줬거나.

정재씨, 이왕 나이 먹는 거 버티지 말고 후딱 아저씨로 가자.

아, 이자성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좀 많이 나쁜 사람이 됐어야했던 거같다.





수완 좋은 깡패, 맘 좋은 형님

정청 역 황정민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남자 정청이라고 그가 말했던 것은 페이크.

정청은 이 영화에서 가장 폼나는 사나이이고, 최근 본 한국 영화 캐릭터 중 한 손 안에 꼽을 괜찮은 남자의 캐릭터다.

허허실실 양아치같지만 가장 정 많고 인간답고 회사에서도 살아남을 줄 알고 회사를 살리는 법도 아는

능수능란하고 능글능글한 이 아저씨가 일을 안할 땐 [행복]의 양아치 영수보다도 눈빛 착하고 말씨 상냥한 '깡패'라는 게 내내 못마땅했. 

암만 좋은 형님이라도 사람 잡아 죽이는 깡팬데 너무 순박하시다. 





내가 천하의 이중구야!

이중구 역 박성웅


출연한 영화가 열 세 편이나 되는 마흔 넘은 이 배우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태왕사신기의 주요 배역 중 하나였다는 것뿐인데

그 태왕사신기를 한 편도 보지 않았으니...

허나 지금까지의 약한 존재감을 완전히 뛰어넘은 것만으로도 이중구의 캐스팅은 적절했던 선택이라 보인다.

큰 몸집과 거친 대사들고 초반에 강한 인상을 줬는데 중반 이후 독이 바짠 오른 늑대였으면 싶은 장면들에서 오히려 처음보다 독이 빠져버린 건...

기운이 달려서였을까...?






음... 

바둑선생 역 송지효


영화 데이터엔 신우라는 이름이 있는데 영화에는 서류에만 적혀있다.

보는 내내 '송지효 닮았다...', '송지효...맞나...?' 이랬다.

기억에 남을 연기는 피칠갑 장면 외엔...

여배우의 비중이 굉장히 낮은 영화라 단 두명 여배우 중 비중 그나마 큰 편.

연기는 무난했다. 

사실 할 얘기가 없다. -_-;




그 외 배우들

배역들이 거의 다 전형적인 캐릭터들이라 배우들이 감 잡기 어렵진 않았겠다 생각하던 중에

작년 화제의 인물 배우 장광씨의 전라도말 대사들이 내귀를 사로잡았다.

긍께 그거시 겁나게 어색해뿌러서.

연변거지 네 명 중 김병옥씨는 분량이 적어서 어인 일인가 싶었고 

나머지 셋은 자기 몫을 잘해줘서 기억에 남을만큼은 됐다.


류승범이랑 마동석이 특별출연을 했다는데 본 기억은 없다. 

편집됐나부다.




엉덩이+꼬리


누군가 '조폭을 미화해서' 싫었다고 말해준 이 영화...

그래, 깡패들이 좀 심하게 착하다. 

깡패들이 하는 일들을 미화하려고 한 흔적은 없는데 그냥 다들 깡패답지 않게 너무 착하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에서도 섬짓한 눈빛이나 목소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깡패들이랑 싸우는 경찰들도 순하다. 

수사반장 경찰들만큼 선하다.


사실 배우들에게 아쉽네... 라고 말한 부분들은 감독(혹은 튼튼하지 못한 시스템) 탓을 하고싶다.

역량이 충분한 감독인듯한데 뭣때문에 살짝 살짝 움츠러들어서 요런 아쉬움들을 남긴 건지...

제법 괜찮은 부페에서 배 터지도록 먹고서 

'아... 여기 음식 조미료 맛이 가끔 느껴져서 쫌 그랬어'

하는 얄밉지만 반박할 수 없는 불평이 나오지 않게 마지막 손질 한 번 더해줬으면 하고 입맛을 다시는 건 

감독과 영화에게서 꽤 괜찮은 미래를 보았기때문이니 고깝게 듣지 않으셨길...

이라고 말해봐야 이 글을 관계자가 볼 일은 없을테니... 

그래서 맘놓고 저렇게 지껄인 거지. ㅋㅋ


암튼 좋은 영화 잘 보았다는 마지막 인사.





+1. 

황정민은 새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 대기 중이네...

미친 게 아닌가 싶은 이 인간 머지 않아 괴물이 될거야.


+2. 

오랜만에 글 쓰려니까 손이 돌아가질 않아.

머린 뭐 말할 것도 없고.


+3.

아참. 고등학교 때 한 반 친구였던 이우진 배우가 잠시 출연을 했다.

요즘 좀씩 얼굴을 알려가던데 여기선 그냥 대사도 없이...

박성웅이 옆에서 아침부터 스테이크 썰다가 지나갔다. 

얼굴도 잘 못 알아볼 뻔했어.

담엔.. 꼭. 응..?!!


Posted by jE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