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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5 [영화평이라기엔 쪽팔리지만] 방자전을 보다.

자전거 타러 나갔다가 급 변심해서 극장에 들어가 젤 먼저 시작하는 영화를 고른 게 운 좋게도 방자전.
잊기 전에 좀 끄적이자.


감독. 김대우…
는.. 생각보다 나이가 꽤 많고 감독 이전에 잘 쓰는 시나리오 작가였다…란 사전 정보가 있었고 전작 [음란서생]을 보아 알듯 이야기를 꾸미는 데에 알찬 내공을 가진 이야기꾼이다.
[방자전]에서도 그는 21세기 들어 그가 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나 [음란서생]에 뒤지지 않게 적절한 감정과 논리의 수축 이완을 유도해서 관객보다 한 걸음 앞서 이야기의 숲길을 헤쳐나가는 데에 성공했다.
[방자전]의 아이디어는 발칙했고 플롯은 탄탄했으며 이야기는 절묘했고 대사들은 여전히 싱싱했다.


방자. 김주혁…
"양반의 여자가 아니고... 원래 제 여자예요..."

그래.. [방자전]이니 방자 먼저.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많이 영화화된 이야기의 대표적 주조연이면서 한 번도 그의 품성이나 존재에 대해서 다른 각도의 평가 - 는 커녕 상상하는 것조차 허락 받아보지 못한 설움을 [방자전]에서 타이틀 롤과 타이틀까지 독식하면서 다 풀어버렸으리라. 지하의 방자는 웃어라.
김주혁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내가 기억하는 [YMCA 야구단] 이후 줄곧 한국의 각종 ‘남자’를 연기해왔다. 그동안 그의 연예인스럽지 못한 평범한 외모에서 감독들과 관객들은 자신과 자신이 전화 한 통화로 만날 수 있는 그 ‘남자’들을 발견해왔나보다.
[방자전]도 역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내가 방자였다면… 나도 방자처럼 할 수 있었다면… 방자야.. 그러면 안되지… 하고 속으로 외치게 만드는 그런 ‘남자’의 이야기.

몽룡. 류승범…
"
내가사랑놀음에하세월할한심한놈으로 보이냐"


남자 얘기로 이어왔으니 몽룡부터…
류승범이 맡았으니 몽룡은 이제 폼나게 살긴 틀린 거다.
그래서 몽룡이 쫌 치사도 하고 비열도 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쥬같은 거 물말아 먹은, 좀 더 어디서 많이 봤다 싶은 그런, 공부 잘하고 놀기도 잘 놀고 성공도 해버리는 있는 집 아들내미가 되기로 했고, 놀만큼 놀고 정신 차리고 공부도 하고 관직에 앉자마자 힘을 어떻게 써야 출세란 걸 할 수 있는지 머릴 쓸 줄 아는 그런 ‘남자’ 몽룡이 만들어졌다.
아… 이런 몽룡에게 여자의 마음은 마음을 다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 빼앗거나 살 수도 있고 협상을 해서 얻을 수도 있는 그런 것이다.


춘향. 조여정…
"내가 놓은 덫인데 걸렸나는 봐야죠."


타이틀…이 춘향전이었는데.. 억울하겠지만 뭐 괜찮아뵌다.
그래.. 엄마가 잘 나가는 화류계의 큰 언니시고 아버지는 성참판이란 것 외엔 잘 알려지지도 않은 그런 절대미색의 아가씨가 너무 행실이 곱기만하다 했다. 이 시각을 욕하는 분도 있겠지만… 뭐… 대개 그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조여정의(김대우의) 춘향은 정절이나 지조는 살짝 접어서 물려두고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을만큼만 저울질도 하고 타협도 한다. 그런다고 가볍거나 싸게 굴지 않으니 보는 사내들의 애를 태우기는 선배들보다 월등히 낫다.
내가 이런 좋은 평을 주게된 이유는 아무래도 조여정이 이뻐서인가보다.
요즘은 참 찾아보기 쉽지 않은 말 그대로 단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의 그녀는 우결에서 보여준 순둥이의 모습만 가진 것은 아닌듯했다. 이런 춘향이를 만든 걸 보면…
어쩜 요즘 철들었거나 했는지도 모르지.
조여정이 아직 왕창 뜨지 못하는 게 안타깝기도 하면서 그냥 이 정도 인기에 머물러줬음 하는 밑도 끝고 없는 욕심이 난다. ㅋㅋ

마노인. 오달수…
"
여자나 남자나 버려졌을 때 메달리면 끝이야"


마… 누구…? 이러신다면.. 정상. 원작엔 없는, 있어서도 안될 인물이니까.
방자전의 내러티브를 이어가는 동아줄같은 인물이다. 게다가 오달수라니!!
시종일관 진지하기만하고 삼각관계의 팽팽한 긴장이 늦춰지지 않는 이야기의 완급조절에 대한 고민을 김감독은 마노인-오달수라는 수로 한 방에 해결봤다.
사실 춘향전이 [방자전]으로 탈바꿈할 수 있던 마술봉은 마노인이란 캐릭터다. 그래서 스포일러가 될테니 그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만.
아… 그가 들려주는 얼토당토 않은 것만 같은 연애술에 남자들은 솔깃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들어두면 해롭진 않을 터…


월매. 김성령… 의 월매 역시 가감 없이 현실적이고 아리따운 그 나이의 화류계 아낙이었고
향단. 류현경… (오른쪽 사진)은 왠지 주연급에서 간당간당한 그 외모와 그걸 상쇄해주는 연기 덕에 사랑의 전령따위는 강하게 거부하고 춘향이보다 내가 뭐가 못해서… 라고 말해버려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향단을 만들어냈고… (어.. 죄송.. 너무 많이 말했나…)
월래. 정양… 청풍각의 주인 월매의 동생이고 위의 인불들과 함께 앉아 차도 마시고 웃기도 하지만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여배우는 세 친구의 정간호사 정양.. 컴백했으나 대사가 없다니..


변학도. 송새벽…
"
전 인생의 목표가 뚜렸해요"


그래.. 춘향전은 춘향-몽룡-학도의 갈등이 뼈대였지…
이 배우에 대해 얘기하자면 우선 “이 배우가 [마더]에서 원빈 입에 사과를 물려놓고 돌려차기를 하던 ‘세팍타크로 형사’예요.”라고 시작해야 옳다.
마더의 봉감독에 의해 발탁됐으며 봉감독이 기대해보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소개한 이 젊은 배우가 변학도를 연기한다고 해서 참.. 궁금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갑자기 똘똘해졌을까 하는 우려는 등장과 함께 물러갔고… 더는 말하지 못할 변학도의 매력… 극장에 가서 빠아져봅씨다!
아직 우리 영화에서 이런 캐릭터와 이걸 이렇게 연기해내는 배우는 보지 못했다고만 슬쩍 알려드린다.
송새벽에 관한 조인스 기사.


색안경. 공형진… 은 요즘 그가 뭐 늘 그렇듯 정체된 듯한 그의 숙달된 연기를 보여줬고,
남원 호방. 오정세… (우측 사진) 요즘 제일 자주 보는 배우 중 한 명, 떠오르는 명품 조연이란 수식이 부끄럽지 않을 호연을 보여줬다. (변화무쌍 오정세의 물 오른 연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최
근작 중 시크릿을 보길 권한다. 베스트셀러는 아직 못 봐서 모르고…)


이 외에 [방자전]의 또 다른 공신을 찾으라면 두 말 없이 “그 절묘한 풍광이요..”하고 말할 것이다. 노릇불그스래 단풍이 지고 낙옆이 쌓였으면서도 숲은 푸르고 꽃이 만개한 그 산길과 폭포는 손으로 지어진 어느 세트보다 화려하고 아름답게 사랑 이야기를 떠받쳐주는 최고의 세트였다.. 계절이 뒤섞인 걸 보면 어느 정도 사람의 손을 타긴 한 것도 같지만…

아.. 어쩌다보니 또 장황하고 횡설수설…
당신이 큰 재미를 찾는다면 ‘드래곤 길들이기’(이게 요즘 젤 재미지다며?)나 보시라고 등 떠밀고 싶고…
”[방자전]을 예매하셨다면 아주 잘 선택하셨다고만 말씀 드리리다.
뭐 판단은 본인의 몫이지만… 감독이나 배우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건 이미 아시지않소…”

Posted by jEdo :